K-패션의 질주, 세터를 넘어서다 — 아시아 무대에 새긴 자신감
한국 캐주얼 브랜드의 글로벌 도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컨템포러리 캐주얼 브랜드 ‘세터(Setter)’의 행보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레시피그룹이 전개하는 세터는 최근 대만을 시작으로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브랜드 존재감을 확장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대만에서의 성과는 이러한 흐름의 상징적 출발점이었다. 중산 지역에 오픈한 첫 매장은 오픈 주 매출 1억 원을 돌파하며 현지 시장의 반응을 단숨에 이끌어냈다. 트렌디한 그래픽 티셔츠, 감도 높은 트랙 재킷, 한정판 아이템들이 인기를 끌며 브랜드 충성도를 높였고, 이는 후속 매장 개설로도 이어졌다. 2025년 상반기 중 3개 점 추가 오픈이 확정되며, 세터는 대만 내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해외 진출이 국내 매장 매출 상승으로도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외국인 고객 유입이 많은 서울 성수동 플래그십 스토어는 대만 진출 이후 방문객이 크게 늘어, 3월 기준 1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처럼 글로벌 확장이 내수 브랜드 파워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태국에서는 올해 초부터 센트럴월드, 시암디스커버리 등 핵심 상권에서 팝업스토어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단순 전시형 팝업이 아니라, 제품 완판 사례가 나올 만큼 현지 소비자 반응이 뜨겁다. 특히 여성 고객층에서 ‘로고 보야지 반팔 티셔츠’는 조기 품절되며 세터의 브랜드 이미지와 디자인 정체성이 효과적으로 전달됐음을 입증했다.
하반기에는 베트남 시장이 다음 무대다. 하노이와 호치민 핵심 쇼핑몰에 3개 매장을 오픈하고, 1년 차 50억 원, 3년 내 100억 원 이상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한다. 무엇보다도 주목할 점은, 세터가 단순히 기존 상품을 수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지 기후와 소비자 취향을 분석한 맞춤형 제품 구성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온다습한 기후에 최적화된 얇고 통기성 좋은 원단, 감성적인 드로잉 그래픽 티셔츠 등 ‘라이프스타일 최적화 전략’은 베트남 시장에서의 성과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다.
이처럼 세터의 글로벌 전략은 단기 수익성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각국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업, 한정판 컬렉션 운영, SNS 기반의 현지 콘텐츠 마케팅 등 다층적인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브랜드 문화’를 수출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이는 단순한 판매가 아니라, 브랜드 경험 자체를 전파하는 전략이다.
앞으로의 행보는 더욱 주목된다. 세터는 이미 중국, 일본, 싱가포르 시장 진출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한류 콘텐츠와 결합한 마케팅, K-스트리트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장을 중심으로 브랜드 존재감을 심화할 계획이다.
지금의 흐름을 보면 세터는 단순한 K-패션 브랜드를 넘어, 아시아 스트리트 캐주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아시아 패션 시장이 지금껏 ‘글로벌 브랜드의 소비처’로만 여겨졌다면, 세터는 그 흐름을 역으로 돌려 ‘한국 브랜드의 문화 발신지’로 만들어가고 있다.
세터의 글로벌 여정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그러나 이 출발은 단순한 진출이 아닌, 한국 패션 브랜드가 가진 가능성과 저력을 아시아 전역에 증명하는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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