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패션의 새로운 움직임, 베트남 반응생산이 바꾸는 유통의 미래
K패션 브랜드들이 기존의 정형화된 생산 방식을 벗어나, 점점 더 ‘반응생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베트남을 생산 거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는 단순한 생산기지 확장을 넘어,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고 수요 기반의 유연한 공급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국내 브랜드들의 변화된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응생산은 상품을 미리 대량으로 생산해 공급하는 방식이 아닌, 시장 반응이나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팔리는 만큼, 필요한 만큼’ 생산한다는 철학은 최근 경기 침체와 재고 리스크 속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반응생산의 대표 주자라는 점에서, 국내 브랜드들이 이를 본격적으로 시도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동안 베트남은 국내 의류 브랜드에게 있어 선기획 생산의 주요 기지였다. 이는 현지의 원단 수급이나 원부자재 조달이 어려워, 기획 단계에서 모든 요소를 확보하고 생산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원자재 유통 경로의 다변화, 베트남 내 생산 인프라의 고도화, 그리고 글로벌 브랜드들의 대규모 투자로 인해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유연한 생산 체계를 갖춘 공장들이 늘어나면서, 반응생산을 가능케 하는 조건이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반응생산을 본격 시도하는 브랜드들은 대부분 연매출 1천억 원 이상을 기록하는 중대형 브랜드들이다. 이들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재고 부담의 최소화’와 ‘매출 효율성 제고’다. 일정 수준 이상의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빠른 물류 대응이 가능한 브랜드들부터 베트남 반응생산을 테스트베드로 삼고 있는 셈이다.
베트남의 강점은 생산 단가의 경쟁력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에 비해 인건비가 낮고, 미중 갈등에 따른 무역 리스크가 적다는 점은 글로벌 기업들에게도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ESG 경영이 기업 생존의 키워드로 부상한 지금, 베트남의 친환경 생산 시스템 도입과 국제 인증 확대는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중국은 원부자재 공급망에서 여전히 가장 강력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베트남의 반응생산 체계는 아직 초기 단계다. 의류 업계 특성상 디테일한 품질 관리와 납기 대응 속도가 중요한 만큼, 이 시스템이 대중화되기 위해선 지속적인 협력 구조와 물류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반응생산은 K패션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소비자의 니즈가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더 이상 대량 생산은 정답이 아니다. K브랜드들은 더 날렵하고, 더 똑똑한 생산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갈 준비를 하고 있다.
결국 이 변화는 단지 생산 거점을 옮기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전략, 마케팅, 심지어 고객 경험까지 아우르는 전환의 시그널이 될 것이다. 베트남에서 시작된 이 실험이 K패션의 글로벌 확장에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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