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설계된다” 미로 속 방을 짜 맞추는 또 하나의 숨은 보석, 로스트 룸
게임 시장은 매년 수많은 신작으로 넘쳐나지만, 그중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숨은 보석'은 손에 꼽힌다. 올해 등장한 로스트 룸(Lost Room)은 바로 그런 작품 중 하나다. 거대한 마케팅도, 인기 시리즈의 후광도 없이 등장한 이 인디 타이틀은 입소문만으로 찬사를 받고 있으며, 퍼즐과 로그라이크의 정수를 조합해 플레이어의 두뇌를 정면으로 겨눈다. 스팀에서 유저 평가 ‘매우 긍정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해외 평론 매체에서도 "기대치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게임은 한 마법사의 실험실을 배경으로 한다. 플레이어는 기억을 잃은 채 이 실험실 안에 갇힌 연금술사 지망생이 되어, 매번 형태가 바뀌는 실험실 구조 안에서 ‘진짜 출구’를 찾아야 한다. 단순한 탈출이 아닌, 방 자체를 ‘설계’하며 나아가는 구조가 이 게임의 핵심이다.
로스트 룸의 가장 인상적인 시스템은 ‘연결식 구조도 배치’다. 게임은 각 라운드마다 5x5 격자 안에서 시작되며, 매 턴 새로운 방 조각이 제공된다. 플레이어는 주어진 방 조각 중 하나를 선택해 이어 붙이며 실험실을 확장해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어붙이기만 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방마다 효과나 트랩이 존재하며, 특정 조합에 따라 숨겨진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단 한 칸의 배치로 전체 흐름이 뒤바뀔 수도 있다.
특히 후반부에 들어서면 방 조각뿐 아니라 ‘시간’이라는 자원이 생존을 좌우하게 된다. 각 방을 탐색할 때마다 시간이 소모되며, 시간이 0이 되면 실험실은 스스로를 봉인해버린다. 플레이어는 이 제한 속에서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하고, 여기에 무작위성까지 결합되면서 높은 긴장감이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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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게임이 난이도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 턴 무조건 방을 설치해야 하는 룰은 없으며, 때에 따라선 이전 방으로 되돌아가거나, 설계 자체를 폐기하는 선택지도 존재한다. 그 선택이 불러올 결과는 오직 플레이어의 책임이다. 그래서인지, 이 게임은 실수를 통한 학습이 아닌 ‘계산된 도전’을 요구한다.
연출 면에서도 놀라운 점이 많다. 도트풍 그래픽임에도 불구하고 각 방의 분위기가 뚜렷하게 구분되며, 섬세한 색감과 배경음은 마치 오래된 연금술 서적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방의 속성과 위협을 감지할 수 있는 단서 역할도 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중 문이 있는 방’에서는 불안한 현악기 음이 반복되어 긴장을 고조시키고, 특정 방에서는 음악이 갑자기 사라지며 숨겨진 퍼즐의 존재를 암시한다.
다만 모든 것이 찬사를 받을 수만은 없다. 초반 튜토리얼이 간략해 게임의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기 전까지는 다소 혼란스러운 플레이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방 조합과 효과 간의 연계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처음 몇 판은 단순한 ‘운 게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장벽을 넘어선 이후, 로스트 룸은 매 판 새로운 설계도를 펼쳐주는 ‘설계 중심 퍼즐’의 진수를 선보인다.
결국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내가 만든 세계에서 길을 찾는다’는 점이다. 주어진 룰과 무작위성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속에서 최대한의 질서를 끌어내는 재미. 로스트 룸은 퍼즐을 좋아하는 유저, 특히 로직과 탐험, 전략적 판단을 동시에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적격인 작품이다.
대중적인 흥행작은 아니지만, 분명히 이 게임을 접한 이들에게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또 하나의 ‘깜짝 명작’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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