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지속가능 패션이 바꾸는 유통 생태계의 흐름

 최근 몇 년 사이 패션업계 전반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생존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급변하는 소비자 심리, 경기 침체, 그리고 재고 부담까지 겹치며, 국내 유통과 제조를 아우르는 브랜드들의 위기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만도 뮬라, 신한코리아, 보그인터내셔날 등 주요 패션 기업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으며, 홈플러스와 발란과 같은 유통 채널조차 이 흐름에 휘말렸다. 단순히 브랜드의 문제라기보다는, 유통과 생산 전반에 걸친 시스템의 균열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지속가능 캠페인이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헌옷줄게 새옷다오’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소비자에게는 실질적인 할인 혜택을, 기업에는 사회적 책임 실현과 이미지 제고를, 환경에는 자원 순환이라는 가치를 전하는 3박자를 고루 갖춘 프로젝트다. 특히 LF가 주도하는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홍보성 이벤트를 넘어 실질적인 수거 및 재분배 구조까지 마련해 의미를 더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입장에서 이 같은 활동은 브랜드 충성도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할인 혜택을 내세운 리사이클링 유도는 소비자 유입을 돕고, 기존 고객들의 재구매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게다가 LF는 수거된 의류를 비영리단체인 '옷캔'과 협력해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사회적 나눔이라는 브랜드 스토리까지 완성한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넘어서, 장기적인 생존 전략으로도 기능한다.


다음 리코옴므에 대한 정보는 이곳에서 확인해 보세요.



패션 산업의 생산 구조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브랜드 메이커와 생산업체 간의 유연한 협력 시스템 구축이 절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반응생산(Quick Response)의 확대는 불확실한 시장 상황 속에서 재고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수요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려면 원사·원단 확보 단계부터의 전략적 연계가 필수다. 일방적인 주문 시스템에서 벗어나 상호 신뢰와 보장을 기반으로 한 구조적 파트너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러한 구조 개편과 캠페인 활동은 단편적으로 보면 별개의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패션 산업 전반이 '기획 중심의 대량 생산→고객 반응 기반의 유연한 생산과 소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여기에 ESG 경영, 리사이클링, 친환경 원단 사용 등 지속가능성 중심의 패러다임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과거의 생산-유통 방식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결국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는 ‘소비자’가 있다. 소비자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이 아니라 가치 소비, 환경 윤리, 브랜드 철학까지 고려하며 구매를 결정한다. 그리고 기업들은 이런 소비자의 기대에 발맞추기 위해, 물리적 제품뿐 아니라 그 이면의 철학과 운영 방식을 함께 설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패션은 언제나 빠르게 변하는 산업이지만, 최근의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시스템의 전환이다. 브랜드들이 위기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지금, 이 전환을 제대로 마주하고 실천해 나간다면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새로운 생존 방식’을 찾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어떤 브랜드가 이 생존 전환의 흐름을 가장 잘 타고 있는지, 앞으로의 유통 생태계가 어떤 기준으로 재편될지는 이제 소비자와 기업 모두의 손에 달려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