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딜레마: 실적 호황 속 사회적 책임은 어디에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금융권을 둘러싼 도덕적 책임론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자 수익을 중심으로 이뤄진 '실적 잔치' 속에는 경기 침체로 신음하는 서민 경제와의 괴리감이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예금보다 대출금리를 더 빠르게 올리며 예대금리차를 키운 점이 논란의 중심이다. 겉으로는 금융건전성과 수익성 제고를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고객의 부담을 담보로 한 수익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은행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예대마진은 대출이 늘어나고 금리가 오를수록 증가하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 실질소득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대출자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오히려 이를 기회로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은행이 사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공공재적 성격을 띠는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망각한 행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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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대출 총량을 규제하고,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려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 대출금리는 더 높아졌고, 반면 예금금리는 시중 유동성을 명목으로 낮추거나 동결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예치한 돈의 이자는 줄고, 필요한 자금을 빌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커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특히 중산층 이하 계층은 가계 대출 의존도가 높아 대출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전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적이 좋은 은행들이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 정책에 집중하는 동안,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나 지원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물론 은행들도 억울함을 토로한다. 규제에 맞춰 대응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융산업은 단순한 수익 창출 이상의 공공성을 요구받는 산업이다. 이는 은행이 존재하는 사회적 이유이기도 하다. 이자 장사를 통한 단기적 실적 확대는 가능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신뢰를 잃고 금융 시장 전반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


다가오는 6월 대선 이후, 정치권과 사회가 요구하는 금융권의 책임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의 역할은 단순히 돈을 빌리고 불리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혈류를 원활히 공급하고 사회적 약자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단기 이익에 집중한 경영 전략이 결국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은행들은 명심해야 한다.


실적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은 그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금융의 본질은 신뢰다. 고객의 신뢰를 외면한 수익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지금 은행들이 마주한 진짜 과제는, 얼마나 더 벌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벌었고 누구와 함께 나누느냐에 대한 해답을 찾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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