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의 현실을 반영한 유연근무제,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게임은 이제 단순한 오락을 넘어 문화산업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게임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개발자들의 역할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근무환경은 여전히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제도이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예외 상황이 빈번한 게임 산업 특성에는 맞지 않는 부분도 존재한다.
최근 열린 한국게임산업협회의 기자간담회에서 조영기 협회장이 언급한 바와 같이, 게임업계는 단순히 ‘더 일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맞는 탄력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게임 개발은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며, 특정 시점에는 집중적인 개발(소위 ‘크런치 모드’)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기존의 근무제도는 이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개발자들의 유연한 업무 수행을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주목받는 대안이 바로 재량근로제 확대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이다. 재량근로제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합의해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율할 수 있는 제도로, 이미 방송업계에서는 일부 적용되고 있다. 이를 게임업계로 확대한다면 개발자들이 업무 몰입도와 창의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효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다음 챔피언게임에 대한 정보는 이곳에서 확인해 보세요.
또한,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현재의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자는 제안도 산업 구조에 현실적으로 부합하는 방향이다. 특히 장기간의 개발이 요구되는 AAA급 게임이나 글로벌 퍼블리싱 프로젝트에서는 단기간 안에 업무량을 고르게 분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위기간의 연장은 비정상적인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한 장기적인 시간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연화는 전제조건이 제대로 갖춰졌을 때에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2024년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로시간 유연화에 동의하는 개발자들은 반드시 ‘명확한 보상 체계’와 ‘포괄임금제 폐지’, ‘충분한 휴식 보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게임업계에서는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 없이 ‘공짜야근’이 만연했던 과거가 있었다. 다시는 그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균형이다.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되, 그에 따르는 보상과 휴식이 확실히 보장되는 시스템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 단순히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 개개인이 자신의 일정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유연근무제가 개발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제도가 아닌, 권리를 확장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게임 산업의 경쟁력은 콘텐츠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환경에서 비롯된다. 더 나은 게임을 위해서는 더 나은 환경이 필요하다. 변화의 시점은 지금이며, 유연한 근로제도는 그 변화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