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뒤의 거래’…제약사의 판촉이 넘나든 위험한 선

 의약품은 생명을 살리는 기술의 결정체지만, 그 과정에서 이익을 좇는 기업의 행보는 때때로 도를 넘는다. 최근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HIV 치료제를 홍보하며 의료진에 과도한 접대를 제공한 혐의로 2억2000만 달러 규모의 합의금을 지급한 사건은 이 문제의 민낯을 드러낸다. 명목상으로는 학술적 지식 공유를 위한 ‘연사 프로그램’이었지만, 실제론 고급 식사와 리조트 여행이 뒤섞인 판촉행사였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길리어드는 자사 약물 처방을 늘리기 위해 의료진에게 연사료 명목으로 수십만 달러를 지급했고, 이 중 한 명은 30만 달러 이상의 보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의료진은 이로 인해 600만 달러 규모의 연방 환급금을 유발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 의료 시스템 전반에 부담을 안긴 셈이다. 리조트에서 열린 행사, 반복된 강연 참석 등은 본래의 의도보다 홍보에 가까운 ‘기만적 마케팅’에 가까웠다.


이 사례는 단순한 과거의 일탈로 치부하기 어렵다. 제약사와 의료진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지점은 언제든 환자의 이익을 희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이 특정 약물에 대한 편향된 정보를 접하거나 경제적 유인을 갖게 되면, 더 나은 치료 선택지가 있음에도 특정 제품을 우선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피해자는 정보를 선택할 권리가 제한된 환자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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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와 같은 관행은 장기적으로 약값 상승에도 일조한다. 제약사가 마케팅 비용으로 수백억 원을 쏟아붓는다면, 그 부담은 약가에 전가되어 보험 재정이나 환자의 실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리베이트가 투명하게 이루어지면 문제가 없다’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치료의 판단 기준이 명확히 왜곡되는 순간, 그 투명성조차 허울일 뿐이다.


제약업계와 의료계 사이의 건강한 경계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은 의약품의 효과와 안전성만으로 승부해야 하며, 의료진은 경제적 유혹보다 윤리적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 정부 역시 제약 마케팅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고, 환자 중심의 정보공개 제도를 강화함으로써 선택권을 넓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길리어드의 이번 합의는 단지 과거의 실수에 대한 벌금이 아니다. 이는 전 세계 제약시장에 던지는 경고이자, 환자 중심의 의약 시스템을 다시 고민하게 만드는 신호탄이다. 약은 치료이자 신뢰다. 신뢰가 무너지면, 그 어떤 약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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