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자리의 퍼즐, 사막의 아그니스를 기억하라
33세. 이 숫자가 가진 무게는 단순한 나이의 경계선을 넘어선다. 그것은 죽음의 시계가 째깍이며 다가오는 카운트다운,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반격의 기준점이다. 만약 이 절박한 운명의 시점에서 원정대를 꾸려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인물을 선택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의외의 장소, 황량한 사막에서 찾을 수 있다.
아그니스.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이름이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의 외곽, 그곳에서 지하 통신망을 몰래 유지하며 살아가는 고립된 기술자. 그녀의 존재는 문서상으로는 이미 사망 처리되었지만, 사실 아그니스는 철저히 자발적 은둔 상태에 있다. 이유는 하나 그녀는 "예정된 죽음"이라는 체계가 발동되기 훨씬 전부터 그것이 시스템의 고장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그니스는 전직 정보보안 컨설턴트 출신이다. 20대 시절, 대기업의 내부 시스템에서 '페인트리스 코드'라 불리는 수상한 알고리즘을 발견했으나, 보고 직후 모든 기록이 말소되고 사내에서 퇴출되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자취를 감추고, 오직 시스템 바깥에서만 숨을 쉴 수 있는 삶을 택했다.
무력은 없다. 총도 칼도 다룰 줄 모른다. 하지만 아그니스는 ‘고장 난 운명의 엔진’을 해체하고 재조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다. 그녀가 원정대에 합류한다면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의 목표—시스템 그 자체를 무력화하는 시나리오가 실현 가능해진다. 다만 그녀는 믿지 않는다. 사람을, 대의를, 그리고 희망을. 그녀를 설득하려면 '예정된 죽음'이 아니라 '예정되지 않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설득의 열쇠가 될 인물은 어쩌면 '레온'일지도 모른다. 레온은 원래 의용군 소속의 간호 장교였으나, 전쟁 중 생존자를 구하려다 명령 불복종으로 수감되었던 인물이다. 강인하면서도 유연한 그의 성격은 아그니스처럼 내면에 벽을 세운 이들에게 파고들 수 있는 드문 자질이다. 그는 전면에 나서지 않지만, 주변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며 전체의 방향을 조율할 줄 안다. 그의 존재는 하나의 접착제다.
레온과 아그니스의 조합은, 무력의 균형을 바꾸는 대신 사고의 흐름을 전환시킨다. 이 둘이 전면에서 싸우지 않더라도, 전장의 규칙 자체를 해킹하고 굴곡을 설계하는 역할을 한다. 페인트리스와의 전면전? 그것은 최후의 선택이다. 그 전에 시스템의 뿌리를 건드리고, 데이터를 조작하고, 카운트를 멈추는 비선형적 접근이 가능해진다.
이쯤 되면 남는 자리는 '교란자'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할 때, 예측 불가능한 혼돈이 균열을 만든다. 그래서, 원정대에는 또 다른 이름이 필요하다—"델마르." 그는 과거 고위 성직자였지만, 신의 뜻을 세상의 뜻이라 강요하는 조직에 등을 돌렸다. 그의 무기는 광기와 유머 사이를 넘나드는 언변과, 실제로 폭탄 제조에 능한 손재주다. 이상하게도, 델마르는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으면서 누구와도 충돌하지 않는다. 그는 균형을 깨는 존재이면서도 균형을 지킨다. 이중적인 그의 존재가 원정대에 예측 불가능한 힘을 부여한다.
결국, 원정대는 단일한 무력의 축이 아니라, 각기 다른 형태의 능력이 어우러진 합주다. 데브라와 플로이드가 안정과 현실의 얼굴이라면, 아그니스와 레온은 인식의 경계를 깨는 자들이고, 델마르는 그 경계 사이를 비집고 드는 광기의 숨결이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숫자 '33'은 더 이상 절망의 카운트가 아닌 전환의 신호탄이 된다.
페인트리스를 향한 길은 단선적이지 않다. 누군가는 앞으로, 누군가는 시스템을, 또 누군가는 마음을 해킹하며 나아간다. 그래서 이 여정에는 매뉴얼도, 정답도 없다. 다만 확실한 건 하나 가장 마지막 퍼즐 조각은 늘 예상 밖의 자리에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