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산업, 위기 속에서도 ‘가치’로 승부한다

 올해 들어 기업회생과 파산 신청 건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패션 산업 역시 심상치 않은 기류 속에 놓여 있다. 단순히 소비심리 위축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전방위적인 경제 불확실성이 매출, 유통, 물류, 임대차 계약 등 산업 전반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패션업계는 과잉 재고와 급변하는 트렌드, 오프라인 매장 위주의 비즈니스 구조, 그리고 높은 고정비 부담이라는 복합적인 위기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이는 경기 침체 시기에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고정비를 줄이지 못한 브랜드는 매출 하락과 함께 곧장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시장은 완전히 얼어붙은 것은 아니다. 일부 브랜드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자신들만의 색을 확고히 하며 버텨내고 있다.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소비자와의 ‘신뢰’와 ‘공감’을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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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지속가능성을 내세운 브랜드들의 성장이다. 생산 공정에서부터 재고 소진 방식, 심지어 포장재까지 친환경적 요소를 도입하고, 소비자들에게 ‘의미 있는 소비’의 가치를 제안한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충성도 높은 팬층을 형성하게 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디지털 채널을 기반으로 한 유통 혁신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라이브 커머스, 리셀 플랫폼, D2C(Direct to Consumer) 판매 구조 등을 적극 도입하며 기존의 백화점 중심 유통망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중소 브랜드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듯 생존을 위한 전략은 다양해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브랜드 철학’과 ‘고객 경험’이라는 공통된 축이다. 수많은 브랜드가 물밀듯 쏟아지는 시장에서 결국 살아남는 곳은, 좋은 원단이나 트렌디한 디자인을 넘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에 대한 뚜렷한 메시지를 가진 곳이다.

패션은 빠르게 변하는 산업이지만, 그 안에서도 흔들림 없이 지속되는 브랜드가 있다는 것은 무언가를 증명한다. 그것은 결국,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팔고 있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지금, 패션업계가 다시 성장의 전환점을 맞이하기 위해선 양적인 확장보다 정체성에 기반한 전략, 그리고 고객과의 관계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위기는 결국 준비된 자에게는 기회가 된다.

패션이 다시 날아오를 시간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