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은 깜짝 이벤트가 아니다” — 예측 가능한 휴일 정책이 필요한 이유

 매년 반복되는 임시공휴일 지정 논의는 이제 하나의 ‘연례행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때마다 되풀이되는 갈팡질팡한 정책 결정은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불확실성과 혼란만을 안겨준다. ‘휴일’이라는 말이 주는 설렘은 크지만, 동시에 그로 인해 조정해야 할 현실의 무게 역시 가볍지 않다. 그래서 이제는 ‘쉬느냐 마느냐’의 논란을 넘어, ‘언제 알 수 있느냐’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임시공휴일을 통해 내수 진작, 국민 휴식 보장 등의 효과를 기대하지만, 정작 그 지정 시기와 절차는 매우 임기응변적이다. 이는 기업의 생산 계획, 물류 일정, 인력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예기치 못한 휴일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과 혼선은 단순한 ‘쉬는 날’ 이상의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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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도 마찬가지다. 여행, 가족 모임, 자녀 돌봄 등 생활 전반에 걸친 계획은 미리 짜야 실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임시공휴일이 발표되는 시점은 대개 발표일로부터 불과 2\~3주 전이다. 당연히 항공권은 비싸지고, 숙박은 이미 만실이다. 기대했던 연휴가 실상은 ‘계획 없는 휴일’이 되기 일쑤다. 이는 결국 국민이 휴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적 모순으로 이어진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은 매년 말 다음 해의 공휴일 일정을 확정해 공식 발표하고, 싱가포르와 호주 등도 수개월 전에 정확한 휴일 일정을 고시한다. 이들 국가에서는 기업과 국민 모두가 예측 가능한 일정을 바탕으로 준비할 수 있다. 이처럼 정해진 틀 안에서의 유연성이야말로 진정한 정책 신뢰를 형성하는 바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사전 예고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유연함과 무계획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오히려 지금의 방식은 예측 가능한 계획 수립을 방해하는 ‘불투명함’에 더 가깝다. 정작 유연성을 가장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이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는 유연함이 아닌 ‘불안정성’일 뿐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라도 공휴일 지정에 있어 최소한의 예고 기한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연초에 한 해의 잠재적 임시공휴일 후보일을 공개하고, 지정 기준을 명확히 해 국민과 기업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휴일이 더 이상 ‘깜짝 선물’이 아닌, 누구나 계획할 수 있는 ‘사회적 자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공휴일은 단순한 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숨을 고를 수 있는 사회적 장치다. 그 가치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준비와 예측 가능성을 갖추는 것이 기본이어야 한다. 불확실한 공휴일보다, 모두가 준비된 하루가 더 큰 휴식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