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을 잡아라’…대선 앞두고 뜨거워진 가상자산 정치전쟁

 ‘6.3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가상자산 공약 경쟁이 전례 없이 가열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특정 연령대의 이슈가 아닌, 전 국민의 경제생활과 직결된 사안으로 부상한 만큼 후보들은 앞다퉈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 수가 1600만 명을 넘어선 현실 속에서, 이는 곧 유권자 표심과 직결되는 민감한 선거 전략이 되었다.

과거에는 ‘투기성 자산’으로 치부되던 암호화폐가 이제는 제도권 편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술과 금융의 융합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정치권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시장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를 어떻게 균형 있게 풀어나가느냐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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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정치권 전반의 태도에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에는 규제 중심의 보수적 접근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제도화’와 ‘활성화’를 키워드로 한 미래지향적 담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여야 후보들은 법적 기반 마련, 투자자 보호장치 구축,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ETF 도입, 스테이블코인 관리 체계 정비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공약들을 앞다퉈 발표 중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시선은 단순한 ‘약속’에 머무르지 않는다. 실제로 실현 가능한 로드맵이 있는지, 그리고 이 정책들이 실질적으로 시장에 신뢰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공약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구체화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의지와 실행력이다.

또한 주목할 점은,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순히 ‘투자 수단’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디지털 증권(STO), 탈중앙화 기술 등으로 확장되는 이 생태계는 디지털 주권의 문제이자 향후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다시 말해, 가상자산 정책은 더 이상 단일 산업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경제 전략인 셈이다.

이런 측면에서 각 정당이 제시하는 정책은 단기적인 대선용 메시지로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이나 공공기관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 여부 같은 민감한 사안은 충분한 공론화와 리스크 분석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시장의 자율성과 혁신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 확보라는 기본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결국 이번 대선은 한국이 디지털 금융 시대를 어떻게 열어갈지를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다. 유권자들은 각 후보의 공약이 단순히 인기몰이를 위한 구호인지, 아니면 장기적 비전을 담은 실천 전략인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더 이상 그림자 경제가 아닌, 국가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치권의 성숙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