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음의 비밀, 그리고 사랑의 이유

 어쩐지 눈길이 자꾸 가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꼭 나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는 묘한 안도감이나 묘한 연결감을 느끼곤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본능과 무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외모가 닮은 사람에게 더 끌리는 이유는 과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내집단 편향’, ‘암묵적 자기애’, ‘친숙 효과’, ‘성적 각인’이라는 네 가지 개념을 바탕으로 이 현상을 분석했다. 인간은 자신과 비슷한 배경이나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더 친밀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마치 같은 팀, 같은 무리에 속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내집단 편향’은 낯선 이보다는 익숙한 이에게 마음을 여는 본능적인 작용이다.

또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나’를 좋아한다. 자신의 이름에 들어가는 글자를 선호하고, 자신의 생일과 비슷한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듯, 나를 닮은 이에게도 쉽게 호감을 갖게 된다. 이는 ‘암묵적 자기애’라는 개념으로, 자아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타인에게도 옮겨지는 효과다.

‘친숙 효과’는 반복적으로 접한 대상에 더 호감이 간다는 이론이다. 낯선 사람보다 매일 마주치는 동료에게 더 정이 가듯, 내 얼굴과 유사한 사람도 무의식적으로 익숙하게 느껴진다. 그 익숙함은 경계심을 낮추고 편안함을 만들어준다. 어쩌면 첫눈에 반한 것이 아니라, 본능이 먼저 알아본 편안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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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흥미로운 이론은 ‘성적 각인’이다. 어린 시절 자주 접한 이성 부모의 외모나 분위기, 말투 등이 무의식에 각인되어 성인이 된 후 그와 닮은 사람에게 끌리게 된다는 개념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을 느끼는 것도 어릴 적의 익숙함이 작용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관계가 닮음만으로 성립하는 건 아니다. 사랑에는 외모보다 더 깊은 층위의 연결이 필요하다. 상대의 성격, 가치관, 말투, 행동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닮았기 때문에 시작되었지만, 다르기 때문에 깊어지는 것이 관계의 묘미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닮은 사람에게 끌리는 걸까. 아마도 그것은 불안한 세상 속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한 사람을 찾고 싶은 본능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를 닮은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자신이 이 세계에 잘 섞여 있다는 증거이자 위로다. 거울 속의 나를 바라보듯, 편안하고도 따뜻하게 마음을 여는 이유다.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시작이 꼭 드라마처럼 특별하고 강렬할 필요는 없다. 그저 “뭔가 닮았다”는 아주 작은 공통점 하나가, 평생의 인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랑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깊게 스며든다.

혹시 요즘 유독 자주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서 익숙한 무언가를 느꼈기 때문은 아닐까? 그 닮음의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마시길. 거기엔 당신 마음속의 오래된 기억과 본능이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감정, 당신도 느껴본 적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