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보다 난관이 많은 원정, 또 하나의 33세 파티가 탄생한다
요즘 RPG 마니아들 사이에서 ‘클레르 옵스퀴르: 33 원정대’가 적잖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독특한 설정과 깊은 세계관, 그리고 “33세의 저주”라는 강렬한 모티브 덕분이다. 매년 페인트리스가 새겨넣는 숫자보다 나이가 많은 자는 저주를 받아 사라진다는 설정은 게임 내뿐만 아니라 실제 플레이어의 상상력도 자극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33살 이상 캐릭터만 모아서 나만의 원정대를 꾸려 보자!"는 유저들의 놀이로 확장될 만큼, 이 숫자 하나가 불러일으킨 파장은 강력하다.
그렇다면 만약 진짜로 게임계에 ‘33세 이상 캐릭터만 합류 가능한 원정대’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심지어 이 팀이 강력한 전사들로 구성된 게 아니라, 이름만 들으면 “진짜 이걸로 던전 돌 수 있어?” 싶은 면면들이라면?
이번에는 그야말로 모험보다는 사고가 먼저 떠오르는, 허술하고 위태로운 33세 팀을 꾸려보기로 했다. 강력함보다는 웃음과 의문을 자아내는 라인업. 예상치 못한 활약은 없고, 오히려 모험 초입에서 길을 잃거나 몬스터를 보고 도망칠 법한 캐릭터들이 그 주인공이다.
먼저 리더를 맡을 주인공은 포켓몬스터의 전설적인 지우. “응? 지우가 아직 10살 아니었어?”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애니메이션 첫 방영일을 기준으로 하면 지우는 어느새 33세를 넘긴 셈이다. 영원한 10살이란 타이틀을 지닌 그가 만약 현실 나이를 반영한 33세라면, 체력은 조금 줄었을지 몰라도 끈기는 여전할지도? 하지만 몬스터볼로는 페인트리스를 잡을 수 없다는 게 큰 약점이다.
다음은 동물의 숲에서 온 마을 대표, ‘너굴’이다. 그는 전략적인 투자에는 강하지만 전투와는 거리가 멀다. 원정 중 재화를 불리거나 캠프를 세팅하는 데는 탁월하겠지만, 누군가가 쓰러지면 가장 먼저 도망칠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그는 전투 대신 대출을 들이밀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음악적 감성으로는 최고지만 전장에서의 존재감은 제로에 가까운 캐릭터, 기타히어로의 주인공도 합류했다. 그의 특기는 단 하나, 기타 연주. 페인트리스와 맞서 싸울 상황에서도 기타를 들고 등장할 테니, 전략적 효율성은 낮지만 분위기 하나만큼은 살릴 수 있다. 단, 적이 락 음악을 싫어한다면 오히려 전멸을 앞당길지도.
그리고 팀의 브레인 역할로 앞서 언급된 대역전재판의 벤자민 도빈보 씨가 포함된다.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지만 전투 경험은 거의 없다. 그가 만드는 발명품은 대부분 이상 작동하거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오히려 사고 유발 가능성이 다분하다. 하지만 최소한 분위기를 '정통 유럽풍'으로 고급지게 만들어주는 효과는 있다.
마지막으로 힐러 포지션에는 무려 심즈 시리즈의 플레이어 캐릭터가 투입된다. 이들은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아 말 한마디에 갑자기 화장실을 가거나 침대에서 낮잠을 자는 등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한다. 전투 중 갑자기 식사를 하러 간다든가, 힐 대신 셀카를 찍는 사태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감성적 공감력 하나만큼은 높기 때문에 파티 내 갈등을 완화하는 데에는 기여할지도.
이렇게 모인 최약체 33세 원정대. 이들이 페인트리스에게 맞서 싸운다면? 아마 첫 전투에서 장비도 제대로 착용하지 못한 채, 대출 계약서와 몬스터볼, 기타 피크만 남기고 패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들의 여정은 전투력보다 ‘이야깃거리’로 더 큰 재미를 줄 것이란 점이다.
때로는 강한 자보다 ‘이상한 자’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33세의 나이로 모인 이 황당한 팀도 결국 누군가에겐 가장 유쾌한 전설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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